게임PC - 전기 먹는 하마
아이가 사용하는 게임용 PC가 전기를 엄청 먹고 있어요. 너무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그 이유에요.
PC방도 아닌데 여름방학 내내 PC를 엄청 돌리더니, 수냉식 쿨러와 CPU 사이에 써멀 그리스를 얼마나 흘려 넣었는지 메인보드가 사망하고 말았어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메인보드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2주간 강제로 게임을 중단하게 되었어요.
마침 2주 후에 모의고사라서 메인보드의 사망에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답니다.
그런데 매번 늦던 알리 익스프레스가 이번에는 정말 익스프레스 이름값을 하느라 5일만에 도착했어요.
푸우 씨와 저는 시험 끝날 때까지 메인보드를 숨겨놓기로 했어요.
그런데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아이가 푸우 씨에게 택배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 보자며 화면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당황하여 웃음을 참지 못한 푸우 씨가 제품이 세관까지 왔다며 화면을 열어서 보여 줍니다.
송장의 상태를 확인한 아이가 "근데 Package Delivered라는데?" 하며 아빠를 추궁합니다.
영어 과외 한 번 안 시켰는데 이런 건 또 어찌 찰떡 같이 알아보는지 바로 자백하고 말았어요.
아이가 어디 가서 속고 살지는 않겠다고 위로하는 수 밖에요.(본인이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은 사회에 나가서 업무에는 꼭 필요한 자세이니 칭찬해 줄만 합니다.)
푸우 씨는 아이에게 휴대폰이 털리고는 자기 자식인데 집요하다며 정신이 나갔어요.
아이는 메인보드가 일찍 도착한 기쁨에 거짓말한 부모를 금방 용서해 줍니다.(아이의 기억력으로 이번 건은 한 십 년 정도 씹히겠네요.^^;)
새로 메인보드를 설치하고 5일 만에 PC가 과열로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동네 수리점에 가져 가서 사장님과 함께 PC를 분해했어요.
사장님은 초짜들이 유튜브 보며 조립한 엉터리 PC를 가져온다며 아이에게 훈계의 말씀을 하시며 조립의 기본을 설명해주시더군요.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니, 사장님은 아이에게 "환자세요?"하고 뼈 때리는 말씀까지 해주시더군요. (때로는 부모가 아닌 제삼자의 피드백이 아이에게 도움이 됩니다.)
아이와 사장님 사이에 몇 가지 문답이 오가고, 결론은 본인은 못 고치니 다시 조립해봐라~ 였어요.
아이는 자신의 돈으로 기본 점검비 만 원을 지불했어요. 비록 결과물은 없지만 삼십 분이나 시간을 내서 아이에게 PC 조립교육을 해주셨으니 싸다 싶었죠.(팩폭을 마구 날리는 사장님 덕분에 이 가게는 별점 테러를 흔하게 받고 있더군요.^^)
집에 와서 아이가 수냉식 쿨러를 떼어내고 원래 있던 공랭식 쿨러를 다시 달았어요.
그랬더니 PC가 다시 살아났어요.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하려고 욕심내서 수냉식 쿨러를 달았는데 소모품인 파워서플라이가 3년이 넘어가니 힘이 딸렸던가 봐요.
사장님은 개인들이 PC 조립을 마구 한다고 뭐라고 하셨지만 이번 일로 아이는 셀프 조립을 더 많이 할 것 같네요.^^
살아난 PC에 아이는 조만간 파워 서플라이를 업그레이드해야 겠다고 혼잣말을 합니다.
전기를 얼마나 더 먹을지 저의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네요.
저처럼 전기 먹는 하마를 키우는 분 계시면 손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