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슈니발렌을...

티_거 2023. 12. 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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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모집에 머무르던 아이에게 하이델베르크를 둘러보고 오라는 미션을 주었어요.

평일에는 직장을 가야하니 아이와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 혼자 기차를 타고 다녀와야 하는 거죠.

하이델베르크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슈니발렌도 사오라고 했어요.

집을 출발할 때부터 Life360에서 아이의 위치를 추적하며 어른들이 모두 긴장을 했더랍니다.

집을 출발한 아이는 S Bahn, U Bahn을 갈아타고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독일 지방철도를 타고 하이델베르크를 향해 남쪽으로 거침없이 내려가더군요.

그런데 아직 하이델베르크 근처도 안갔는데 아이의 휴대폰 배터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카톡에 한참 만에 대답한 아이가 자신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예상치 못한 독일의 철도시스템 때문에 잘못된 기차를 타서 하이델베르크가 아닌 만하임으로 가고 있으며, 검표원에게 검표를 당했는데 아이 이름으로된 한 달 무제한 교통패스가 스크린샷으로는 본인 입증이 안되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아침에 깜빡 잊고 여권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검표원이 이번 만은 봐줄 텐데, 다른 데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네요.

(급히 여권을 사진으로 찍은 사본을 카톡으로 보내주었어요.)

(저 같으면, '여권을 안 가져오고, 기차도 잘못탔어.' 하고 말할 텐데, 아이는 "자신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라고 길게 풀어 말합니다. 역시 미키 마우스와 토마스와 친구들에게 우리말을 배운 아이답습니다.)

 

급하게 아이가 탑승한 차량을 검색하니 정말 만하임으로 가고 있더군요.

 

아이에게 만하임에서 S선을 타고 하이델베르크로 가라고 알려주니 카톡을 전혀 안 보고 있더군요.
승강장이 가장 윗쪽 플랫폼이라고 말해줘도 대답이 없어요.

 

배터리가 50%도 안 남은 아이에게 답답해서 보이스톡을 했어요.

그런데 아이는 이미 제대로된 플랫폼을 찾아서 서 있다고 하더군요.

하이델베르크 역에서 도심(알트슈타트)까지 철도를 갈아타고 갑니다.

시내에서 고성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데, 아이는 시내에서만 거의 한 시간 반을 보내고 있더군요.

 

비스마르크 광장

 

왼쪽이 하이델베르크 성령교회에요.

 

교회 안에도 들어갔다가 왔네요.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져서 400년 이상 되었다는 줌 리터 세인트 게오르크 호텔...

 

이제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고성으로 올라갑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로 내려와서는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이 아닌 곳을 헤매다니는 것처럼 보였어요.

 

슈니발렌 상점은 저기 있는데, 아이는 근처에 가지를 않더군요.
아이의 위치를 보니,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함께 갔었던 예수회 성당 근처더군요. 이제 배터리가 30% 밖에 없어요. 너무 답답해서 보이스톡을 하려던 찰라에...

 

아이가 미션을 컴플릿했다고 카톡에 사진을 보냈더군요. 슈니발렌을 4개나 샀다고요.

(딸기초코, 누텔라초코, 밀크초코, 너트초코... 모두 초코맛이에요.)

 

아마도 GPS 위치에 오차가 있었나 봅니다.

휴대폰 배터리는 이제 20%도 남지 않았어요.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아이의 휴대폰 배터리가 아주 천천히 1%씩 올라오고 있더군요. (상점에서 충전케이블을 사서 기차에서 충전을 하면서 왔다네요.)

돌아올 때는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바로 가는 기차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만하임으로 가서 프랑크푸르트행 기차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집에 왔다고 해요.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가 말한 예상치 못한 독일의 철도시스템이란... 기차는 제대로 탔는데, 중간에 기차가 분리해서 앞칸은 하이델베르크로, 뒷칸은 만하임으로 가버렸다고 하네요. 아이는 뒷쪽 차량을 타고 있었고요.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검표를 했는데, 이 검표원은 스크린샷 티켓에 대해 별말을 안했다고 합니다.

한 달간 49유로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패스와 약 오십 유로의 현금만 가지고, 혼자서 한 시간 반 이상 떨어진 다른 도시로의 여행을 무사히 마친 아이가, 이제는 혼자서 독일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모가 아이가 사온 슈니발렌을 기념 촬영해서 보내주었어요.

 

앞으로 슈니발렌만 보면 낯선 도시를 혼자 탐험했던 뿌듯했던 기억으로 아이에게 영원히 남겠네요.

우리 집안 최초로 십대에 혼자서 유럽의 도시를 탐험한 용감한 사람으로 후대에 기억될 예정이에요. (이건 엄마, 아빠도, 독일 사는 사촌누나, 형도 못 이룬 대단한 업적이랍니다.)

하이델베르크까지 가고도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고성도,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얘기가 있는 슈만의 생가도, 하나도 안 중요하고, 오직 슈니발렌과 휴대폰 충전케이블만이 중요했다는 어반 레전드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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