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동탄역 근처 아파트들이 20억 호가를 찍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네요. 코로나 시국과 전세계 경제상황이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 터무니없는 불로소득 앞에 신성한 노동의 가치가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예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성실한 월급쟁이가 되라고 가르치지 말고, 자본가가 되라고 가르쳤어야 했는데, 왜 대학 때 자본론을 읽히고, 자본가는 타도의 대상이라고 했는지, 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중 무엇이 우월한지 토론을 하게 했는지, 선배들과 교수님들이 원망스러워요.
그랬던 운동권 선배라는 놈들은 기업체 취직을 못하고 일타강사가 되어서 사교육비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공교육의 힘을 잃게하고, 정치권에 몸담다가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에 앞장서서 부자가 되고, 자기자식들을 학종과 인맥을 이용해서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시켰네요.
귀족이라는 이름이 없을 뿐 자본에 의한 계급이 분명히 나뉘어진 사회...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의 심정을 정치권은 아직도 모르는지도...
아무리 호가라고는 하지만, 재화와 용역의 가치는 등가로 거래되어야 공정하다고 믿는 순진한 월급쟁이였던 저는 여전히 동탄의 아파트 가격이 터무니 없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제가 살았던 동탄의 한 아파트는 2014년에 분양가가 85제곱미터가 평균 3억 8천만원이었는데요, 완공 후 제가 입주했던 시점인 2018년 2월에 이미 7억으로 올라있었어요.
그 때도 집주인들은 이미 영끌을 해서 대출을 받은 터라 등기 후 재대출을 위해 세입자들에게 전입신고를 늦게 해달라고 요청했었어요. 전입세대열람내역에 세입자가 있으면 대출이 어려웠거든요.
MBTI에서도 ENFJ에 해당하는 홍익인간인 저는 보증금이 별로 안 커서 리스크가 적은 관계로 전입신고를 늦게해서 임대인을 도와준 세상 쿨한 세입자였었죠.
제가 2년 꼬박 월세를 내고 퇴거할 즈음인 2020년 2월에 집주인이 집을 9억에 내놨다는 얘기를 들었었죠. 그런데 지금 그 아파트가 12억에 거래된다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어요.
새 아파트라는 것 외에도 이 아파트의 장점은 시범단지의 최적의 장소에 있어서 상가, 식당가, 학원과 가깝고, 수영장, 도서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주민센터와 접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동탄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러하듯이 이 아파트도 2군 건설사가 시공했는데요, 지하주차장 천정빔이 휘어져서 입주한 지 얼마 안되어 안전진단 위험 등급을 받아서 보강공사를 했더랬죠. 지하주차장 천정빔은 지상 정원을 떠받치고 있었고 폭도 불과 4미터 정도 밖에 안되었어요. 지하주차장을 들어갈 때마다 빔 보강공사 가림막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어요.
이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고층 주상복합에도 살아봤고, 지하주차장이 5층 넘게 있는 아파트에도 살아봤지만, 천정빔이 휘어진 것은 못 봤었는데요, 자재를 무얼 썼는지, 설계를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예요.
오너의 딸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었다는 이 건설사는 불안한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최근에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권에서 30위권으로 밀려났는데요, 우후죽순 아파트를 분양하던 몇 년 전만해도 대주주가 백억대의 배당금을 가져가던 비상장회사랍니다. 백억 대 배당이라니요? 이러니 지하주차장 천정 빔이 휘어지지 않을 수 없겠죠?
교통이 아직 덜 발달한 신도시라서 집집마다 차가 두 대는 있는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은 주차장 규모여서 주차장은 늘 자리가 부족했어요. 퇴근길 막히는 경부고속도로를 열심히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온 밤10시경엔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을 몇 바퀴나 돌아도 빈자리가 없어서 짜증이 나곤 했었어요.
낮에는 오산미공군기지에서 수시로 전투기가 떠서 동탄 상공을 음속(?)으로 날아다니는지, 고막을 뚫을 듯한 소음으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서 낮잠자는 갓난 아기가 있는 집은 창문을 도저히 열어둘 수가 없죠.
가끔은 근처 어디에서 폐수를 방류하는지 세제냄새 비슷한 화학약품 냄새가 진동했어요. 이것도 아파트 단지마다 달라서 잘 따져보고 집을 선택해야 합니다.
뉴스에 나온 어느 아파트는 싱크대 가구 합판에 벌레 알이 있어서, 신규 입주한 집에서 벌레가 수없이 나온다고 했었죠.
동탄역 근처의 아파트들은 한밤중이면 대로에서 수퍼카로 카레이싱을 하는 폭주족들이 만드는 굉음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어요.(경찰은 뭐하는지? 저놈들 안 잡아가고...)
그나마 SRT를 이용하면 수서역까지 15분만에 도착하는데요, 출근시간 3대가 배차되어 있는 SRT는 평택 지제역에서 이미 만석이라 앉아서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고요, 동탄역까지 차를 몰고 가도 주차장은 이미 가득차서 차를 세울 곳이 없어요. 그래서 멀리 시범단지 끝쪽 아파트와 동탄역 근처 우포한(우남, 포스코, 한화)의 가격차이가 발생한 거죠, 역세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광역버스를 이용해서 서울로 출근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M 버스는 입석으로는 운행을 안해서 2~30분 만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타려면, 멀리 종점까지 거꾸로 가서 타야만 해요. 6000번대 버스는 입석도 가능한데, 이 버스도 마찬가지예요. 4~50분을 서서 강남에 들어오면 서울시 대중교통을 또 갈아타고, 출근을 해야 해서 아침마다 출근 전쟁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동탄은 직장이 동탄 근처인 사람들에게는 살기 좋은 곳이지만, 서울에서 집을 못 구해서 선택지로 동탄을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3기신도시도 여기에 해당하겠네요.
아파트가 살기에 편리한 것은 맞지만,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2동탄의 아파트가 10억 넘게 호가가 올라간 동안 1동탄의 비슷한 크기의 타운하우스들은 분양가가 5억 3천이었는데, 아직도 호가가 6억 언저리에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gtx 개통으로 인한 교통망 확충의 호재로 인해 동탄의 집값은 계속 오를 거라는 전망인데요, gtx가 신설노선이 아니라 SRT 노선을 같이 이용하면, 교통망이 얼마나 확충될지는 미지수네요.
실체도 없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오르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실체는 있는 동탄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이 이 미쳐가는 시대에 냉철한 이성의 판단이라고 봐야 할까요?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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