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약간의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있는데, 평상 시에는 생활하는 데에 큰 불편은 없어요.
40년된 구축 아파트에 살던 어느 초가을날,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가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어요.
중앙에서 제공되는 온수가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는데, 아직 어렸던 아이가 온도조절을 잘 못하고 뜨거운 물을 그대로 다 뒤집어 쓴 거죠.
몹시도 괴로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한밤중에 응급실로 갔어요.
주사를 맞고 조금 있으니 아이의 피부는 언제 두드러기가 있었냐는 듯이 가라앉고, 극심한 가려움과 열감에 뒤척이던 아이도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더군요.
응급실 후기...
집에서 이미 한 시간을 지켜보고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서 응급실을 갔는데, 응급실 간호사가 30분을 더 지켜보고 의사를 콜하겠다고 하더군요.(일찍 콜하면 의사한테 혼나기라도 하나요? 응급실 프로토콜이 있겠지만, 막상 당하는 환자는 환장할 노릇 아니겠어요?
그래도 사회생활을 오래한 성인답게 내적분노를 참아냈어요.)
그런데 마침내 당도하신 피부과 레지던트선생님이 제가 평소 좋아하는 스티븐 연을 닮으셨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환자에게 쌀쌀맞은 간호사선생님이 이 짝퉁 스티븐 연에게 왤케 친절한 건가요? 두 분이 썸타시는 중이시던가요?
정말이지 화가 나는 와중에 온갖 식스센스가 다 발휘되더군요.^^;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겨우 진료를 하고, 주사를 한 대 맞았어요.
아이가 금방 괜찮아지니까, 분노도 곧 가라앉았어요.
응급실에서는 아무리 화가나도 참아야 합니다. 정말 위급한 환자를 위해 기다림은 필수니까요.
밤새 고생하시는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