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편도선, 설소대, 아데노이드 수술후기

티_거 2023. 12. 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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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는 네 살이 되도록 말이 느린 아이였어요. 아이가 조금 과묵한가보다 하고 생각했지 설소대가 짧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맞벌이부부이다 보니, 출산 휴가 끝나고는 친정에서 8개월을 키워주셨고, 생후10개월부터 구립어린이집에 양육을 의존하고 있었는데요, 네 살 무렵 어린이집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설소대가 짧은 것 같다고 알려주셨어요.

(힘든 양육을 맡아주시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고, 부모에게 적절한 피드백까지... 요즘 뉴스에 나오는 아동학대하는 어린이집 얘기는 남의 나라 얘기 같아요. 하루일과가 끝날 때 항상 빽빽히 써주시던 아이의 하루 일지에 항상 감동했더랬어요.)

 

혀를 내밀어 보라고 하니 혀가 W자 모양이 되더라구요. 설소대가 짧으면 발음이 불분명하다고 일부러 설소대를 잘라주는 수술을 한다는 얘기도 있죠.

콧물 감기를 달고 살아서, 항생제를 항상 복용했는데, 소아과병원에서 입을 벌리고 편도선 검사를 하는 그 긴 세월 동안 어느 의사 선생님도 설소대가 짧다는 얘기는 해준 적이 없었어요.

급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이비인후과에 검진을 예약하고, 진료를 받았어요. 의사선생님은 아이가 아직 어리니 전신마취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셨어요. 또래보다 덩치가 큰 아이였는데, 일년을 더 기다리자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편안하게 소통하지 못할 시간들이 부모인 제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몇 차례 진료를 다니다가 분당까지 가기가 힘이 들어서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서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요, 마침 몇달이나 예약이 가득차 있던 수술스케줄에 갑자기 취소가 생겨서 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편도와 아데노이드 때문에 코감기를 달고 살던 아이는 전신마취를 하고 설소대까지, 세 가지 수술을 한 번에 하게 되었어요.

편도선 수술은 수술부위가 터질 수 있어서 수술 후 유동식을 먹어야 하는데, 수술 후 깨어난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려서 참으라고 하는 것이 몹시 힘들었어요. 수술한 지 이틀 후에는 사리곰탕면 컵라면을 불려서 아이에게 조금씩 먹였는데, 평생 사리곰탕면을 가장 많이 먹었던 경험이에요.

다인실 생활로 밤잠을 못 이루던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 밤이면 일층 로비에 있는 수족관에서 니모를 열심히 찾았던 것이 생각이 나요.

퇴원하는 날 남편이 홍콩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10년 넘게 장롱면허인 제가 아이를 뒷자석에 태우고 거북이와 같은 속도로 남부순환로를 운전해서 돌아왔었더랬죠.(ㅜㅜ) 지나가던 차들이 어찌나 경적을 울려대던지...

퇴원 후 약 두 달간 음성치료를 받았는데요, 치료선생님이 아이에게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법을 훈련시켜 주셨어요. 아이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인데, 심지어는 그 어렵다는 러시아 민요를 따라부를 정도로 못하는 발음이 없어요.^^

수술 후에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가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되어서 항생제를 복용할 일도 함께 줄어든 점이에요. 코로 편안하게 호흡하니 잠도 푹 잘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수다쟁이가 되었어요. (과묵은 개뿔!)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여자교수님이셨는데 똑부러지고 친절하기까지...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십 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 현업에 계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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